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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양주의 종류인 과하주, 합주, 혼돈주

by 요리못하는 미식가 2023. 11. 2.

혼양주는 한국의 전통주로서 두 가지 이상의 술을 섞어서 만드는 술입니다. 종류는 과하주, 합주, 혼돈주가 있습니다.

과하주

과하주는 청주와 소주를 섞어서 만듭니다. 증류주인 소주가 섞이기 때문에 도수는 18도에서 23도 정도로 높아집니다. 과하주의 뜻은 여름을 나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상하는 청주와 도수가 높은 소주를 섞어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 술입니다. 즉 도수를 높여서 술의 저장성을 강화하였고 청주의 단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발효하는 중간에 증류식 소주를 첨가해서 발효를 중지시키고 잔당을 남겨서 단맛을 끌어냅니다. 에탄올의 농도가 20퍼센트 이상이 되면 효모가 죽어 누룩곰팡이가 분해한 쌀의 전분이 에탄올로 바뀌지 않고 당으로 남아서 단맛이 강해집니다. 과하주는 배, 매실의 향기가 강해서 간장으로 양념한 갈비찜처럼 양념이 강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조선시대의 여러 요리 서적에도 제조법이 나오며 현재까지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과하주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찹쌀로 지은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3일이 지나면 소주를 붓고, 다음날과 그다음 날에도 같은 양의 소주를 부어줍니다. 그 후 3일이 지나면 생강즙을 넣고 일주일 후에 체에 밭여 술을 걸러냅니다. 두 번째는 짚을 펴고 그 위에 국화, 쑥을 깔고 찹쌀 고두밥을 올려서 식힌 것을 걸러내서 누룩물과 섞어서 방망이로 쳐서 반죽을 만듭니다. 이것을 항아리에 담아 밀봉하여 90일 동안 발효시켜서 용수를 넣고 맑은 청주를 뜹니다. 세 번째는 누룩을 빻아서 물을 붓고 찹쌀 고두밥과 섞어서 이불로 싸서 3시간 정도 둡니다. 찹쌀 고두밥을 누룩과 버무려서 소줏고리에 넣고 불을 지펴서 소주를 만듭니다. 빚어 놓은 술에 곶감, 생강, 대추를 넣고 소주와 섞어서 일주일 이상 밀봉했다가 용수를 박아 걸러 냅니다. 현재 국가에서 민속주로 지정한 과하주는 김천시의 과하주와 김제시의 송순주가 있습니다.

합주

청주와 탁주를 섞은 술입니다. 본래 청주와 탁주는 쌀로 술을 만들고 나서 남은 쌀 지게미를 얼마나 건져내느냐에 따라 구분하는데 술을 발효시키고 난 후 청주와 탁주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섞어 마시던 술입니다. 흰 빛깔 때문에 백주라고도 부릅니다. 탁주보다 하얗고 단맛이 강하고 신맛이 적습니다. 문헌상 고려시대부터 언급되던 유서 깊은 술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주로 한양 부근에서 여름에 빚어지던 고급 탁주로 상류층들이 즐겨 마시던 술이었습니다. 다양한 서적에서 언급되는데 책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막걸리처럼 체에 거르는 탁주에 해당됩니다. 조선시대인 1600년대 말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요리책인 주방문에도 양조방법이 나와있는데 물 없이 멥쌀로 빚고, 더운 데서 7일 후에 물을 뿌려가면서 체에 걸러서 베헝겊으로 밭쳐서 마신다고 나와 있으며, 1되에 누룩 1홉의 비율이 원칙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1924년에 쓰여진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 요리제법에도 합주의 양조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찹쌀로 빚는다고 나와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멥쌀에서 찹쌀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주방문에 기록된 합주 제조법에 따르면 멥쌀 5되를 여러번 씻어서 하룻밤 불렸다 건져서 물기를 뺍니다. 멥쌀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다가 한 김 오르면 냉수를 충분히 뿌려서 익힙니다. 고두밥을 고루 펼쳐서 차게 식힌 후 누룩을 곱게 빻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습니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더운 곳에서 7일간 발효시킵니다. 술이 익으면 차고 깨끗한 물을 뿌려가며 체에 밭쳐 거르고, 다시 베헝겊을 이용하여 걸러서 마십니다. 대표적인 합주는 서울 백주가 있는데 보통 백주라고 불렸으며 일제 강점기까지도 민간에서 널리 마셨으며 주로 여름철에 빚어 시원하게 마시는 술이었습니다. 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여산 호산춘, 김천 과하주, 한산 소곡주와 함께 조선 4대 명주 꼽은 홍천 백주가 있습니다.

혼돈주

소주와 탁주를 섞어서 만드는 술입니다. 조선시대의 폭탄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다른 이름으로는 자중홍이라고도 불립니다. 거르지도 짜지도 않고 그대로 담가 익혀서 그냥 마시는 탁주입니다. 당시 희석하지 않은 증류식 소주와 탁주를 섞어 만들어서 도수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김종직의 제자인 문인 정희량이 1498년 관직에서 쫓겨나 의주에서 귀양살이하는 동안 직접 담가 먹은 데서 유래한 술입니다. 정희량은 혼돈주를 소재로 혼돈주가라는 한시를 지었습니다. 여기서 혼돈주는 거르지 않고 마시는 막걸리라고 설명하며 천지만물과 자기 자신이 분별을 넘어선 상태에 있다는 것을 상징하며 술을 마시고 취해서 그런 경지에 이르러 세상의 시비를 넘어선다고 이야기 합니다. 연산군 시절에 사화가 거듭되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도피하며 반발하는 심정을 이렇게 나타내면서 기존의 가치를 일절 부정하였습니다. 성현이 아닌 혼돈주를 스승으로 삼아 천성을 보존한다면서 유가적인 규범에 반발하고 도가적인 초탈을 노래하였습니다. 1813년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한글로 필사된 조리서인 승부리안 주방문에 주조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흰쌀 여섯 되를 가루 내어 물을 두 되 탕기로 여덟 탕기를 끓여 개어서 식거든 좋은 섬누룩 한 도시와 효모인 석임 한 되를 넣어 빚는다. 삼일 만에 찹쌀 넉 되를 깨끗이 씻어 익게 찐다. 술밑을 걸러 섞어 넣어 삼일이면 쓴다. 여름에 좋다'. 라고 씌여 있습니다. 조선무쌍 신식요리제법에도 혼돈주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소주와 막걸리를 섞은 술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