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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의 역사, 북한의 평양냉면, 대한민국의 평양냉면

by 요리못하는 미식가 2023. 10. 27.

평양냉면의 역사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역에 있는 평양에서 유래한 냉면입니다. 평안도 지역은 겨울이 길고 몹시 추우며 강수량이 적고 동부와 북부는 산악지형으로 벼농사가 어려웠습니다. 근세에 수리시설이 정비된 후에 쌀농사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가장 흔한 작물은 메밀이었고 메밀의 수확시기인 늦가을부터 겨울에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메밀의 특성상 뜨거운 물에 말면 면이 쉽게 끊어지기 때문에 메밀면의 형태를 보존해서 먹기 위해 차가운 육수와 함께 먹는 방법으로 발전한 것이 평양냉면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인 겨울에 담가 먹던 물김치인 동치미의 국물에 말아먹는 것이 평양냉면의 원형입니다. 부유한 계층은 동치미 대신 고기육수를 사용하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1849년 조선 헌종 때 매월의 행사와 풍속을 설명한 기록서인 동국세시기에는 냉면은 겨울음식이고 평양이 으뜸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규곤요람과 시의전서에도 무 김칫국 또는 동치미국물에 말아서 먹는 냉면인 평양냉면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평양냉면의 인기는 서울까지 전해져서 조선후기에는 이미 한성에서 대중화되었습니다. 근대에 평양냉면은 설렁탕과 함께 외식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그 이유는 여름에도 즐길 수 있는 음식이었다는 점과 MSG의 사용이었습니다. 주재료인 메밀을 가을철에 수확해서 시원한 육수와 함께 먹어야 했기 때문에 평양냉면은 원래 겨울철에 만드는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1910년대에 서양의 냉장고가 도입되면서 냉면 식당에서는 여름에 육수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냉면이 여름 음식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조미료인 아지노모토가 도입되면서 고기로만 육수를 만들 때보다 훨씬 간단하게 육수를 만들 수 있었고 감칠맛, 짠맛, 단맛을 낼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평양냉면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인건비가 크게 줄어들었고 냉면맛도 자극적으로 변화하면서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당시 배달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설렁탕과 함께 배달음식으로 각광받았습니다. 또한 메밀로만 만들던 국수는 점차 밀, 감자, 고구마 전분이 혼합되기 시작했습니다. 20221130일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북한의 평양냉면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로 면을 만들고 동치미 국물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에 고기로 만든 육수를 섞어서 차갑게 만든 냉면입니다. 평양은 밭곡식이 많이 나며 황해에 면해 있어서 어류도 풍부하고 과일도 많이 먹습니다. 음식의 양념을 적게 하여 맵거나 짜지 않은 담백한 맛을 즐깁니다. 육수는 본래 꿩을 삶은 국물을 이용했는데, 현재는 꿩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다른 육류를 이용합니다. 사골뼈를 물에 넣고 푹 끓이다가 사태살을 넣고 삶아내어서 건집니다. 육수는 뼈를 골라내고 차게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고기는 편육으로 썰어놓습니다.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반반 정도로 섞어서 소금, 묽은 간장, 식초로 간을 해서 국물을 만듭니다. 국수는 메밀가루와 녹말을 섞어서 만들고 끓는 물에 삶아서 건져 사리를 만들어 둡니다. 배도 얇게 썰고 동치미 무는 길쭉하게 썰어 둡니다. 겨울에는 통배추 김치의 줄기도 길쭉하게 썹니다. 대접에 메밀국수사리를 담고 편육, 김치, 삶은 달걀, 배 등을 얹고 차가운 육수를 붓습니다. 식성에 따라 식초, 설탕, 겨자를 넣어서 먹습니다. 한국전쟁 후 북한에서는 대한민국과는 다른 형태로 평양냉면이 발전했습니다. 평양의 옥류관, 고려호텔, 창광원 등 유명 평양냉면집에서 육수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사용하고, 간장으로 간을 합니다. 육수는 여전히 동치미 국물을 섞어서 내고 고추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심한 동치미 국물이 어우러집니다. 국수는 메밀보다 전분의 함량을 높였고 반죽할 때 식소다를 넣어서 검은색이 납니다. 올라가는 고명의 종류도 많아졌습니다. 편육, 삶은 달걀, 오이, 무김치, 고추, , 김치, , , 매운 양념 등을 얹어서 냅니다.

대한민국의 평양냉면

한국전쟁으로 남북한이 분단된 이후 서울에서는 평안도 실향민들이 냉면가게를 많이 운영했습니다. 육수는 쇠고기 육수와 사골육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간장이 아닌 소금으로 간을 해서 국물이 맑습니다. 고명으로는 편육, 삶은 달걀, 무김치, 오이, 파 배 등을 얹는데 현재 북한의 냉면보다 고명이 많지 않습니다. 국수는 메밀만으로 만든 면이 너무 잘 끊어지므로 찰기를 더하기 위해 메밀과 전분을 82정도로 섞었지만 평양냉면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전분을 더 넣지 않고 그 비율을 유지하려하고 있습니다. 면에 식소다를 넣는 북한과는 달리 면이 하얗습니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초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기 때문에 싱싱한 무로 동치미를 많이 담가먹는 문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쇠고기 양지로 육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 유명한 냉면집들이 많이 있지만 역사가 제일 깊은 냉면집은 대구에 있습니다. 평양에서 냉면집을 개업한 일가가 피난 와서 재창업한 냉면집입니다. 한국에서 냉면은 여름철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부분의 냉면가게들은 여름철 대장균에 대한 우려로 동치미 국물을 육수로 쓰지 않습니다. 겨울에도 냉면을 먹지만 덥고 습한 여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음식으로 겨울보다 여름에 훨씬 더 많이 찾습니다. 북한처럼 명절, 생일, 잔치에서 냉면을 먹는 풍습은 없습니다. 평양 원조는 차가운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방식이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육수없이 고추가루, 참기름 등으로 만든 비빔 양념장에 비벼 먹는 평양식  비빔냉면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면이 메밀로 만든 면이라는 데서 평양냉면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