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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의 역사, 제조법, 종류

by 요리못하는 미식가 2023. 11. 2.

탁주의 역사

탁주는 누룩과 쌀 그리고 물을 원료로 빚은 빛깔이 탁하고 흐린 술을 통틀어 가리킵니다. 탁주는 한국의 서민들이 마시는 술로서의 역사가 깊습니다. 전통적으로 상류층보단 일반 백성들이 즐겨마시던 술입니다. 고려시대 때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에는 막걸리와 단술을 지칭하는 요례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탁주와 비슷한 형태의 술은 삼국시대 때부터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1123년 송나라 사신인 서긍이 고려를 방문한 후 저술한 고려도경에도 탁한 술이 등장합니다. 이 책에서 고려의 서민들은 좋은 술을 얻기가 어려워서 맛이 박하고 빛깔이 진한 것을 마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탁주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빚어졌는데 그 중에서 평민들이 가장 흔히 즐기던 방식이 바로 막걸리였습니다. 그 이유는 대량으로 만들어내기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상류층인 양반들도 이화주나 합주같은 고급 탁주를 즐겨마셨습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탁주는 청주와는 반대되는 흐린 빛깔의 술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탁주의 종류가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탁주의 다양한 종류들은 점점 사라지고 탁주류는 막걸리 하나로 획일화 되었습니다. 최근 옛 조리서를 바탕으로 과거에 있었던 여러 탁주류를 하나씩 복원해서 전통주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수는 굉장히 미미합니다.

탁주 제조법

전통 방식대로 제조하면 술을 빚을 때 윗부분의 청주만 걷어내고 나머지는 탁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보통 한번 빚으면 소량의 청주와 대량의 탁주가 같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청주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어들어서 막걸리 전용의 술을 빚습니다. 즉 청주를 따로 걸러내지 않고 전부 걸러낸 다음 물을 섞어 막걸리로 만들어냅니다. 막걸리가 아닌 탁주를 제조하는 양조장들은 예전 양조방식을 지키는데 전체 비율상으로 보면 그 수가 매우 적습니다. 옛 문헌에서 탁주를 빚는 방법은 1924년 이용기가 지은 한국음식에 관한 책인 조선무쌍신식 요리제법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탁주라는 이름으로 술제조방법이 기록된 서적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 처음입니다. 이 책이 간행된 시기는 양조장식 약주와 탁주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이어서 일반인들에게 탁주가 널리 이용되었을 때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탁주 만드는 방법이 문헌으로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책의 탁주 제조법에서 재료는 멥쌀 또는 찹쌀 1, 누룩 4, 1말입니다. 멥쌀 1말을 물에 여러 번 씻어 내어 절구에 찧어 굵은 체에 내립니다. 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설기떡을 만든 다음, 고루 펼쳐 차게 식힙니다. 백설기에 물 1말과 누룩 4장을 가루 내어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습니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발효시킵니다. 이 방법은 쌀 양에 비해 누룩의 양이 대략 6되에서 8되 즉 현대의 계량으로 4kg 정도나 쓰이고 있어서 누룩의 양이 많아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기록의 탁주가 미숙주라는 것과 술 빛깔이 누르스름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록에 술을 거를 때 물을 치지 말고 바짝 짜서 얼음 한 덩이를 띄워 마시면 시원하고 문배 썩은 맛과 같다고 하며, 삼복더위에 4에서 5탕기를 마시면 상쾌한 것이 더 없으나, 많이 마시면 나중에 배가 아프다고 한 이유가 누룩을 과다하게 사용해서 신맛이 강하고, 술독 밑바닥에 앉은 앙금 때문에 배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에는 술을 빚을 때 이를 참고해서 누룩의 양을 줄이며 재료의 혼합비율을 조정하고 충분한 숙성을 거친 후에 마셔야 합니다.

탁주의 종류

탁주는 발효 후 체에 거르는지 또는 거르지 않는지로 종류가 나뉩니다. 체에 걸러내는 탁주로는 막걸리와 합주가 있습니다. 막걸리는 쌀로 밑술을 담가 거기서 청주를 걸러내고 남은 술지게미를 다시 체에 걸러낸 양조주입니다. 막 걸러냈다고 해서 막걸리라고 하며, 맑은 술인 청주에 상대되는 개념인 흐린 술 탁주의 한 종류입니다. 원래 막걸리는 청주의 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었지만, 현대에는 청주의 수요가 줄면서 막걸리 전용으로 양조를 하여 전부 물에 섞어 걸러내는 방식으로 만드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구수하고 은은하게 달달하며 톡 쏘는 느낌이 특징입니다. 청주에 포함되지 못한 쌀의 영양분이 녹아 있어 영양이 더 풍부합니다. 생탁, 월매 같은 살균막걸리를 제외한 생막걸리는 발효 시 생기는 효모에 위장에 좋은 성분이 녹아 있다고 합니다. 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로는 계란말이, 모듬전, 두부김치, 홍어회 같은 전통음식이 주로 꼽힙니다. 합주는 청주와 탁주를 합한 술이라서 합주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흰빛깔이 나기 때문에 백주라고도 부릅니다. 탁주보다 하얗고 산미가 적으며 단맛과 알코올감이 강합니다. 문헌상 고려시대부터 언급되던 유서깊은 술이며 조선시대에는 한양 부근에서 빚어지던 고급 탁주로 상류층이 즐겨 마시던 술입니다. 주로 여름철에 빚어 시원하게 마시는 술입니다. 술을 발효시키고 난 후 청주와 탁주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섞어 마시던 일종의 혼양주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합주로는 서울 백주, 홍천 백주가 있습니다. 체에 거르지 않는 탁주는 이화주, 사절주 등이 있습니다. 이화주에서 이화는 배의 꽃을 말하는데 실제 배꽃으로 만들어 먹는 술은 아니고, 배꽃이 피는 4월 봄 누룩을 만들어 되도록 물을 적게 넣어서 걸쭉하게 빚은 술입니다. 막걸리와 비교하면 신맛과 부드러운 단맛이 있고 술의 모습과 질감이 현대의 요구르트와 닮아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떠먹습니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과 한림별곡에도 등장할 만큼 유서깊은 술이며 제조법은 조선시대 농서인 산가요록에 나옵니다. 누룩은 겨울에 재료를 준비하고 배꽃이 필 무렵 봄에 담그는데 하얀 쌀 서 말을 씻고 하룻밤 재웠다가 다시 씻고 가루를 만든 후 주먹 크기로 뭉친 후 짚으로 싸서 가마니에 담아서 누렇게 뜨면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룩을 쓸 때에는 고운 가루를 내어 물로 잘 풀어서 식힌 후 장독대에 빚어서 넣어서 5일 후에 사용하는데 색이 하얗고 죽 같은 질감이라서 물을 타서 먹습니다. 현재는 국순당에서 연구 끝에 복원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절주는 사시사철 빚을 수 있는 술이란 뜻입니다. 여름철은 주변의 온도가 높아서 술이 산패하기 쉽기 때문에 술 빚기를 꺼려왔다는 기록이 있듯이 여름철에 술을 빚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로 보입니다. 따라서 쌀의 양이나 누룩의 양을 늘리는가 하면, 끓는 물을 만들어 용수로 사용하거나 술독의 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사절주는 양조할 때 쌀은 많고 물은 극히 소량을 사용해서 발효가 지연되게 하였고 단맛이 많이 나게 됩니다. 밀가루를 소량 사용하여 유해균에 의한 산패를 예방하고자 했고, 밑술에서 물을 끓여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름철에도 저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