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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의 역사, 조리법, 족발골목

by 요리못하는 미식가 2023. 11. 9.

족발의 역사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돼지나 소의 다리와 족발을 요리에 활용하였습니다. 궁중에서는 돼지족이나 소족으로 편육을 만들어 먹었으며 서민들은 삶은 돼지족을 양념에 재운 뒤 구워 먹곤 하였습니다. 또한 소나 돼지의 발을 오랜 시간 푹 고아서 국물을 보양식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족발은 황해도의 토속음식인 갱엿돼지족조림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갱엿돼지족조림은 돼지족발을 삶아 갱엿과 간장, 생강 등 향신료를 넣고 족발이 윤기가 날 때까지 불에서 서서히 조린 음식입니다. 식힌 후에 잘라서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찹쌀과 엿기름으로 만든 검은엿인 갱엿은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줄여 주고 단맛을 더해서 맛을 더욱 좋게 합니다. 또한 생강은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줄여주고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현재의 족발은 1960년대 장충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피난 내려온 평안도와 황해도 출신 할머니들이 생계를 위해 개발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북에서 먹던 족발 요리를 응용해서 개발한 것으로 서울 장충동에서 평안도 족발이라는 상호로 시작되었습니다. 1960년대 장충체육관에는 프로레슬링 경기나 권투경기가 자주 열렸는데 족발은 당시 관람객들에 의해 사랑받으며 장충동 일대에 족발집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대에 족발 거리가 형성되었습니다. 1968년 정부에서 축산장려정책에 양돈을 포함시키면서 족발의 공급이 증가하여 재료가격이 낮아지자 족발은 대중화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돼지족발 배달전문점이 생기면서 전국적으로 크게 인기를 누렸고 현재에도 밤에 배달을 시켜먹는 대표적인 야식이자 술안주로 인기가 높습니다. 족발의 어원은 신체 부위인 발과 한자로 발을 뜻하는 족이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그렇다면 둘다 발이라는 말이 돼서 겹말이지만 표준어로 굳어졌습니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한자밖에 몰라도 뜻을 알수 있도록 한글과 한자 병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과 족발이 아니라 두 굽으로 갈라진 짐승의 발을 의미하는 쪽발이 와전되어 만들어진 단어라는 설도 있습니다. 한자어 족에는 다리라는 뜻도 있으므로 겹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족발 조리법

전통적인 갱엿돼지족조림의 조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돼지족은 깨끗이 씻은 후 불에 살짝 그을려 남아있는 털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끓는 물에 된장과 여러가지 향신재를 넣고 돼지족을 삶아 낸 다음 찬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삶을 때에는 반드시 뚜껑을 열고 삶아야 누린내가 제거됩니다. 그리고 나서 찬물에 헹구어 씻으면 육질이 꼬들해집니다. 삶은 돼지족에 갱엿, 간장, 생강, 계피, 통후추, 마른 고추, 정향, 청주 등을 넣고 족발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습니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조림장을 끼얹어가면서 윤기가 날 때까지 서서히 조립니다. 돼지족발을 건져서 두면 기름이 빠지고 육질이 꼬들 해집니다. 돼지족발이 식으면 얇게 썰어서 새우젓을 곁들여 냅니다. 현대의 족발조리법은 갱엿보다는 간장양념을 졸여서 만듭니다. 돼지족을 찬물에 3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뺍니다. 냄비에 돼지족을 넣고 물을 잠길 만큼 부은 후 양파, 대파, 생강, 마늘, 통후추, 정향, 된장을 넣고 1시간 동안 끓입니다. 삶은 돼지족은 찬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냄비에 다시 돼지족을 넣고 물을 잠기도록 부은 뒤 간장, 물엿, 흑설탕, 마른 고추를 넣고 불을 약하게 하여 2시간 동안 조립니다. 돼지족발을 식혀 뼈를 발라내고 살을 말아 랩으로 싸서 고정한 다음 냉장실에서 식힌 다음 먹기 좋게 썰어냅니다. 새우젓에 다진마늘, 고춧가루, 통깨를 넣어 양념을 만듭니다. 족발은 상추같은 야채에 싸 먹기도 하고 매콤한 양념의 막국수와 함께 먹어서 느끼함을 줄이고 속을 든든히 하기도 합니다.

족발골목

서울 장충동의 원조 족발집은 처음에는 빈대떡과 만두를 주메뉴로 술을 팔던 집이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든든한 술안주가 될 수 있는 음식으로 고향인 평안북도에서 먹었던 족발요리를 떠올려 안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장충동 족발은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유명해지고 현재의 족발거리에 식당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푸짐한 양을 제공하며 옛 맛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마포공덕시장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소매시장으로 유명했습니다. 시장 한 쪽 좌판에서 족발을 팔았던 족발집들은 시장이 발달하고 공덕동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점점 확장해서 공덕동 족발골목이라는 맛집 골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공덕동 족발골목의 족발집들은 대부분 가족들이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푸짐한 양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 부평동에는 돼지갈비, 삼겹살, 돼지국밥, 감자탕, 순대 등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는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부평동 일대는 근처에 항구와 부두가 있어서 노동자들의 주요 식사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1959년에 이곳에 최초의 족발집이 문을 열었고 1980년대부터 근처에 족발음식점들이 생겨나면서 부평동 돼지 족발 골목이 형성되었습니다. 족발 외에도 냉채족발이 별미입니다. 오이, 당근, 양파 등 각종 야채와 해파리를 족발과 곁들이고 매콤한 겨자소스와 마늘을 넣고 섞어 먹으면 느끼함은 줄고 상큼해지며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